파리스케치-25회, 화해와 관용이 몸에 밴 파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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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25회, 화해와 관용이 몸에 밴 파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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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25회 - 월간에세이 2011년 1월호 정택영(화가)


<화해와 관용이 몸에 밴 파리 사람들>

Parisien who knows what is reconciliation !


예술의 도시, 패션의 도시, 여행자들의 천국 등 파리는 여러 개의 별명이 있습니다. 

파리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건축물들과 그 안에 소장된 엄청난 예술품들은 물론 역사적인 자료들뿐만 아니라, 철학자, 사상가, 시인, 과학자, 예술가, 미래학자들을 아우르는 모든 사람들 또한 예술의 도시로 불리게 되는 자원임을 느끼게 합니다.

파리의 거리에도 새해의 빛이 밝아왔습니다.

많은 파리지앵들과 이방인 여행객들로 파리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생동감으로 넘쳐 흐릅니다. 거리의 악사들, 골목으로 그윽하게 번지는 블랑제리의 갓 구워낸 구수한 빵 냄새, 어린이들의 환호성, 미끄러지듯 벨리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스쳐 지나가는 금발의 아가씨의 바람결에서 파리의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샹젤리제 거리, 벡시 빌라주, 포럼 데 알, 몽타뉴 거리, 방돔 광장 등 각 구의 모든 거리에서 빛의 향연으로 이어진 새해를 맞이하는 수많은 문화행사들이 사람들을 더욱 차분하고도 문화적 성숙을 도모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프랑스 사회와 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노라면, 이러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나 고색창연한 문화유산만으로는 그 진실을 바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 역사의 질곡을 헤쳐나오면서 겪고 다져진 그들만의 특성이 깊이 고여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의 여러 특성과 특질을 말하게 될 때, 우리는 그들의 사랑과 낭만, 연대감, 관용과 평등을 연상케 되지만 다시 속내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사람관계를 엿보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얽혀있는 불화를 가슴에 담고 오랜 세월을 화로 키워나가지 않는 듯합니다. 그들은 관계 속에서 화해를 통해 높이 쌓은 관계의 담벼락을 허물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보다 참다운 삶의 진실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화평과 화목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파리의 거리를 거닐며 이곳이 파리사람들만이 주인이 아니라 인접 유럽사람들 모두가 한 마을 사람으로 아무런 편가르기 없이 화평함을 누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이 화해와 관용으로 다져진 한 단면은 유럽연합 EU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뼈아픈 양차대전의 과거사가 있으며 그 대립을 통해 반목과 증오로 가슴을 채웠던 쓰라린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처절함과 가난과 굶주림의 역사가 있었으며 이들에게도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화를 깨뜨린 사람이 바로 유럽연합 창시자인 로베르 쉬망입니다. 그는 1950년 대에 유럽연합비전선언을 한데 이어 ‘파리에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라는 원칙’ 아래 초국가적 민주공동체 유럽구성 제안으로 ‘쉬망선언’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유와 평등, 단결과 평화라는 정신에 그 뿌리를 둔 것으로 유럽의 다양성과 통일성으로 관용과 평등 정신을 주장했고 독일과 유럽 여러 나라가 동참함으로써 역사에 유례 없는 평화를 정착해 누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후, 진정한 유럽의 화해자라는 평가와 함께 ‘유럽의 아버지 Father of Europe’라는 칭호를 받게 된 그는 실은 프랑스 태생이 아닌 룩셈부르크였으며 독일 시민이 되었다가 알자스 로렌 지역이 프랑스령이 되면서 다시 프랑스 국적을 갖게 되고 프랑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후 유럽 상호국가간의 증오와 불신을 제거하는데 공헌하게 됩니다. 


두꺼운 벽으로 갈라진 인간관계는 삶을 무너뜨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반드시 화해가 뒤따라야만 합니다. ‘화해’ Reconciliation란 말은 라틴어 reconciliare에서 온 것으로 ‘달래고 절충하여 깨진 관계를 이전 상태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파리에 살면서 진정한 자유와 화평함, 삶의 의미, 관용과 용서, 화해와 관계회복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이스라엘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간의 불신과 반목의 역사가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우리 조국의 현실 또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서 화해가 주는 관계회복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용서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자신이며 화해치 못한 자의 최대 피해자도 또한 자신임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파리사람들 눈빛 속에서 화해로 화평을 건져낸 삶의 지혜를 다시 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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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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