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케치-23회, 팡테옹의 여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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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23회, 팡테옹의 여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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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23회 - 월간에세이 11월호 

정택영(화가) 

"팡테옹의 여러 얼굴" 


이제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길목에 서서 젊은이들이 서성이는 꺄르띠에 라땡 지역을 갔습니다. 
젊은이들의 열기는 세계 어디에서나 열기로 가득 차 있고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은 1253년 로베르 드 소르본느Robert de Sorbonne에 의해 세워진 소르본느 대학이 있고, 서점과 까페, 소극장, 등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젊은이들의 거리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거리 위쪽으로 성녀 쥬느비에브 Sainte Genevieve 언덕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 거대한 건물은 고전적 건축요소를 엄격하게 합리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운동, 즉 신고전주의의 건축물로 기록에 의하면, 루이15세가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을 신에게 감사하기 위하여 생트 쥬느비에브 교회로 지었으나 뒤에 나라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Pantheon)으로 바꾸어 사용하게 됩니다. 
1758년에 건물 기초가 세워졌고 프랑스혁명이 시작되던 1789년에 완성이 됩니다. 
바로 이곳에 장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알렉상드르 뒤마 등 프랑스를 빛낸 문필가, 작가, 과학자, 장군, 종교인, 정치가 등 800여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습니다. 

파리 라땡 지역의 이 팡테옹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온(Theon)의 합성어 판테온에서 온 이름임을 알게 됩니다.
로마에 있는 판테온은 118~128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건축되었으며 다신교였던 로마의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지어진 것으로 근래에는 가톨릭교회의 성당으로 사용되며 중요한 축일이나 결혼식이 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판테온의 원형은 이에 앞서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Parthenon 신전으로 이미 BC479년에 페르시아인이 파괴한 옛 신전 자리에 아테네인이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에게 바친 것으로서, 도리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기록됩니다.
팡테옹은 이처럼 당대를 살아간 인간들이 그들을 지배한다고 믿고 있던 신들을 위해 지어진 신전임을 알게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나약한 인간, 그러나 그 갈대는 ‘생각하는 갈대’라고 쓴 파스칼의 표현대로 갈대처럼 약한 인간이 건축한 이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 인간이 지어낸 신을 위해 지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팡테옹 앞 광장은 엄청난 관광객들로 넘실댔습니다. 
형형색색의 옷과 머리모양, 각양각색의 피부를 가진 이들이 드넓은 광장을 메우고 계단에 앉아 자신이 누구이고 왜 여기 와 있는지를 생각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겉모양은 화려하나 그들의 눈빛 깊은 동공 속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우수와 공허가 흐릿하게 고여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건물 안은 퀭하니 비어있고 다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죽은 자들이 고요히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위용을 자랑하는 이 거대한 건물의 안과 밖은 이렇듯 사뭇 달랐고 다만 햇살이 내리 쪼이는 바깥 광장에 사람들로 범람하여 사진을 찍고 자신들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듯, 증거물을 남기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지식 사회Knowledge Society 라고 부릅니다.
생산과 자본력이 주도하던 사회에서 지식의 가치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회, 우리는 분명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며 지식사회는 개인의 정보와 지식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내세우고 강조하는 시대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 사회의 바탕은 필경 과학일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이 세상의 베일과 신비를 벗겨냈습니다. 
신비가 벗겨진 이 시대에 팡테옹은 이곳 저곳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쓰여지고 있거나 텅 비어있고 더욱이 우리 조국의 수도권 근처에는 팡테옹이란 이름으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음을 교차해 보며 가슴이 아려옴을 멈출 수 없습니다.

팡테옹 광장에 서서 치솟은 과학의 첨단 기기를 손아귀에 쥐고 모니터에 고개를 파묻은 젊은이들을 속에서 그들의 가슴속에 고인 나약함과 정신적 허기를 읽으면서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를 떠올려 봅니다.


www.jungtakyoung.com

Paris Sketch-23rd
Monthly Essay, November 2010

"The Pantheon's Different Faces"

 — 함께 있는 사람:Ray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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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0 3741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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