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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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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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눈" 


바야흐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점입가경의 지금, 세상은 이제 손 안에 쥐어진 모바일 디바이스 하나로 온 세상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리 오페라 거리를 지나며 수많은 인파의 물결 속에서 휴식이 없는 디지털 유목민들을 발견합니다. 많은 미디어들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브랜딩할 것을 촉구하고 오로지 그 길만이 행복의 첩경인 것처럼 정보의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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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신출귀몰의 상상력으로 삽시간에 엄청난 재화를 얻기도 합니다. 눈부신 후광, 그 아우라를 뒤로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현대인들의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불안과 몽롱한 눈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서히 녹음으로 물들어가는 파리의 도심을 벗어나 120 전쯤 바로 이곳에서 ‘평범한 위대함’을 그려냈던 고흐의 발길을 따라 갔습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여 근교에 위치한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 -이곳에서 고흐는 그의 마지막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삶에 대해 깨닫는 가장 정확한 길은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쓴 그의 일기를 기억에 새기면서 한 세기 전 이 땅을 딛고 처절한 고독을 가슴에 안고 정렬을 불태웠던 그의 흔적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세기의 명작들을 남긴 그는 알려진 대로 그리 긴 세월을 살지 못했습니다.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명작들이 태어난 것은 바로 이곳에서 머문 70일간에 그려졌습니다. 이 기간은 그가 겪어왔던 모진 시련과 고통을 예술의 광기로 분출한 격정의 시간이었으며 생을 불사른 마지막 길이었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작은 마을, 오래된 교회, 좁은 돌담 골목길, 소박한 정원, 그리고 작은 성과 거의 수평선에 가까운 텅 빈 밭, 그리고 화가 도비니의 집과 고흐와 가깝게 지냈던 의사 가쉐 박사의 집, 어쩌면 이것이 전부일 뿐이었습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던 이곳 오베르 시절은 '불꽃은 꺼지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타오른다'는 말을 오롯이 증명하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도비니 정원에서 50걸음쯤 더 걸으면 '오베르주 라부(Auberge Ravoux)'라 쓴 3층 건물이 바로 그가 마지막으로 지냈던 여관으로 그 자리에 침묵으로 서 있었습니다.


고흐의 방- 작품 둘 곳이 없어 침대 밑에 쌓아 두었다는 작은 방, 매트 없이 녹슨 채 누여있는 철제 침대와 외롭게 놓여 있는 작은 의자, 세월의 켜를 안고 자리를 지켜온 이 사물들이 그의 고독과 아픔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옆 방에서는 고흐의 어록과 생애가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그렸다는 까마귀 나는 밀밭을 배경으로 한 드넓은 들녘을 향했습니다. 짙푸른 코발트 색의 하늘과 넘실대는 진노란 밀밭, 그리고 흩어져 날아오르는 까마귀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곳은 단지 휑하니 트인 황량한 밭일 뿐이었으며 작품 속의 그 현란함과 빛을 발하는 곳이 결코 아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밀밭 연작을 그리면서 반 고흐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내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을 캔버스에 명료하게 나타냈다고 확신한다. 이 시골이 얼마나 건강하며 사람을 고무시키는 곳인지 말이다." 세간의 평론가들은 그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해설을 달고 있지만 오히려 결코 시들지 않은 생명의 힘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합니다. 그러나 고흐의 눈에 비친 이 텅빈 들녘에서 자연의 신비는 결코 눈에 비춰진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됩니다. 참으로 위대함은 대단한 충동이 아니라 평범하고 작은 것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Paris에서 정택영 쓰고 그리다

www.jungtak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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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s Sketch 18th
Monthly Essay June, 2010

Gogh's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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