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케치 21회, 축제로 이어가는 파리사람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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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21회, 축제로 이어가는 파리사람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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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21회 2010 9월호

"축제로 이어가는 파리사람들의 삶" - 정 택 영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방식은 그들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바쁘게 서두르고 옆 사람의 동태를 살피느라 자유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삶이란 늘 떠밀려 가는 장맛비 속의 나무 토막과도 같습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며 첨단의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윤택하고 희열이 넘치는 그런 삶을 살 것이라는 몽환적인 꿈을 그려보았지만 실은 그와는 반대로 더욱 더 기계에 감시 당하고 운신할 공간이 점점 좁아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의 눈 속에는 불안이란 단어로 가득 차 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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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욕이 점점 더 거세지는 것은 불안한 미래를 지켜줄 것이 오직 소유한 것들에 의해 보장 받으리란 신앙이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어진 현실의 기쁨조차 기쁨으로 누리지 못하고 하루를 탕진하고 맙니다. 이러한 불안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부채질하는 것이 미디어의 공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쏟아지는 미디어의 소식들은 기쁜 소식을 전하기 보다 먹구름 같은 암울한 가공할 지구촌 이야기들, 예측불허의 기후와 환경 재앙들, 반목과 대립, 테러와 전쟁, 곤두박질 치는 경제와 자산가치의 끝없는 추락 소식들………이 전부입니다. 미디어의 혜택이란 과연 환상이란 것을 점점 더 깊게 깨달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보게 됩니다.

미디어media란 다름아닌 미디엄medium의 복수형으로 그 어원은 이미 16세기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개자’를 의미하는 말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듯 뉴스거리를 생산하고 그것을 중개해 주는 매체가 많을수록 대중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동분서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디어의 범람은 오늘날 현대인들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여름의 정점, 파리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서두를 것도 노심초사할 일도 없이 무더위를 달갑게 맞이하며 시청에서 마련한 여름 축제를 즐기기에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오페라 거리의 중심가는 예전처럼 출렁이던 관광객의 물결이 많이 가라 앉았습니다. 여행가방을 끌며 두리번거리는 관광객이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모두들 각자가 받아들인 미디어의 위력에 스스로 자제하거나 포기한 것일 거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내가 사는 끄레믈렝 비세뜨르Le Kremlin Bicetre에서는 ‘여름축제가 한창입니다.
그 축제에 가보면 먹고 마시고 고성방가하는 ‘놀자판 축제’가 아니라 온 가족이 공원에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즐기는, 그리하여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그런 축제입니다. 쌍쌍 댄스파티, 음악제, 어린이와 모래놀이와 레고 퍼즐풀기 놀이, 저 켠에서는 열린 도서관이 잔디밭에 펼쳐져 있는데 어른들이 어린이와 함께 엎드려 턱을 괴고 이야기 삼매경 속으로 들어간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대 위에서는 오케스트라가 펼쳐져 한 여름의 밤을 떨어지는 별빛과 함께 아롱지게 만듭니다. 이 축제 속에서 양 손에 오락기를 움켜쥐고 뚫어지게 몰입한 어린이들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모든 어린이들 근처에는 꼭 그의 부모가 미소로 그를 응시하고 언제든 달려올 모습으로 자리를 함께 합니다. 이렇게 사랑을 먹고 자라난 아이들이 만든 파리 사회는 찌는듯한 폭염에도 종이를 반으로 접어 부채질하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운 사회로 성숙하고 앞서가기 위해 순서를 비집는 미숙한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사회로 익어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파리의 도심에서 가을이 살며시 다가오는 소리를 엿듣고 성숙한 아이들이 맺은 열매에서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

www.jungtakyoung.com

Paris Sketch- 21st
Monthly Essay, September 2010

"Parisian's Daily Life joyous with F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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