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래 往來 Going and Coming - Happy new yea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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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래 往來 Going and Coming - Happy new yea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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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래 往來 Going and Coming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로 세상은 온통 고통 속에 잠긴 채 두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평년 같았으면 '소망을 품은 새해' 또는 '대망의 새해'란 수식어가 붙을 새해이지만 이런 고난의 시기에는 소망이나 대망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어려운 고비를 딛고 가슴에 소망을 품고 다가오고 있는 새해를 맞이해야겠습니다.

모두들 겪는 어려움이지만 예술인들의 곤고함 困苦은 이루 형용할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팬데믹 속을 헤쳐 나온 지난 2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망연茫然하기만 합니다.
모두들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복된 삶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복신앙祈福信仰'이라는 새간의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복을 빌고 복 받기를 마냥 기대하는 것입니다.
복을 주는 상징은 이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달항아리야말로 가득 찬 복을 주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있는 것입니다. 화가가 달항아리만 그려놓았다 하면 모두 팔려나갑니다. 잘 팔리는 만큼 돈도 잘 들어오니 살아있는 동안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인 것입니다.

평생을 화가로 살아왔으니 나도 달항아리를 그려보았습니다.
달항아리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저 오랜 세월동안 한국인의 정서 속에 녹아있는 달덩어리 같은 복을 기원하는 상징체로서 존재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쓴 어느 지식인의 정신분석에 의하면 한국인에게 있어 항아리의 배가 불룩한 것은 '한'이 맺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7백 여 회의 외세 침입을 받아왔기에 삶이 팍팍하고 늘 불안하기만 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이 반영된 것이 한 恨이고 이것을 상징적으로 빚어 놓은 것이 항아리라는 해석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반대급부反對給付가 있게 마련입니다.
달항아리가 복의 상징일 수 있는 반면 '한'이 달처럼 부풀어 오른 상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나는 달항아리를 그려서 그 속에 지나간 소의 해와 다가오는 호랑이 해를 그려 넣었습니다.
나도 달항아리를 그려대면 현실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창작을 한다는 예술가가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팔려나가는 달항아리를 계속 그려대다 보면 마침내 화가 자신이 식상 食傷하여 지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마치 쓰나미가 바다 속을 뒤집어 호흡을 시키고 플랑크톤을 더욱 활성화 시켜 오염된 자연을 건강하게 하듯, 사람의 행불행을 막무가내莫無可奈로 뒤집어 사람을 혼란케 만듭니다.
그것이 세상의 원리이고 삶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복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아주 나약한 존재들이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를 깊이 깨닫는 한 해의 끝자락과 새해의 첫머리 사이에서 숙고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페친 여러분, 올 한 해 열심히 살아오셨습니다.
이제 낡은 탁상달력을 치우고 새롭고 건강한 2022 임인년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택영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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